‘민스키 시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경제학자 민스키의 ‘금융 불안정성’에 대한 가설을 이론화한 것입니다. 금융시장에서 채무자들이 과도한 부채를 지게 되면 부채 상환을 위해 자신의 건전한 자산마저도 내다 팔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그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금융공황이 시작되는 시점을 말합니다.
지난해부터 우리는 부동산 시장을 둘러싸고 폭락론과 폭등론을 오가는 양극단 논쟁을 접하고 있습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사태가 경제위기설로 이어지면서 금리가 치솟고 그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큰 위기설이 나돌았습니다. 그러나 위기설은 다행히 현실로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연초부터 강력하게 진행된 재정정책으로 금리가 금세 변덕스럽게 안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위기설이 지나간 부동산 시장은 위험 경고에 내성이 생긴 듯 더 빠르고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견고해진 부동산 불패 신화 탓에 뒤늦게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가진 돈이 별로 없고 대신 빚은 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상위 소득 20% 안에 드는 사람들의 금융 자산 평균액은 3000만원 수준이고 부채는 1억원가량입니다. (노동연구원 2007년 자료) 집값이 올해 더 오를 것이란 믿음으로 부동산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이 주로 상위 소득계층이라고 가정해 보면, 가지고 있는 돈으로 집을 산 것이 아니라 빚을 더 내서 집을 샀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대출규제가 시작되자마자 부동산 시장은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습니다. 마침내 폭락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폭등론에 이은 폭락론으로 서민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재테크로 돈을 번다는 것은 누군가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나의 자산을 사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남의 비용으로 나의 수익을 챙겨야 하는 ‘머니게임’에서 승자가 되어야 돈을 벌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누군가가 벌어가는 재테크 수익은 또 다른 누군가의 빚(부채)으로 만들어지는데, 대부분의 경우 빚으로 남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중산층, 서민층입니다.
평생을 금융위기 연구에 바친 민스키는 머니게임의 끝을 ‘제로섬’, 즉 ‘공멸’로 결론 짓습니다. ‘공멸’은 최근 소개된 영화 ‘2012’를 연상케 하는 단어입니다. 머니게임으로 중산층, 서민층이 빚까지 날리면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되는 ‘공멸’의 순간이 오게 될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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