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28 18:38
기사 토달기
참여정부는 지난 2년동안 줄기차게 부동산 억제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왔습니다. [....] 갈 곳 없는 200조~300조의 부동자금, 3%대 사상 초저금리 등으로 서민들은 돈 굴릴 곳이 없습니다. 그나마 직장에서 상시 퇴출의 위협에 시달리고, 월급은 제자리걸음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돈이 몰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엄포와 협박(?)을 통해 부동산 투자를 억지로 묶어놓으려고 합니다. [....] 그러나 서민들이 한푼이라도 벌겠다고, 내집 마련하겠다고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것을 모두 투기꾼으로 본다면 경제원리를 몰라도 한참 모른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일입니다. 합리적 계산을 한 사람이 제대로 보상받는 사회.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이 이야기가 적용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대통령님 앞장서 주십시요.
- 조선일보 유하룡, 대통령 '집값 전쟁' 비웃는 재테크 고위공무원들 중에서(2005.02.25)
참여정부 시절 조선일보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쓴 기사입니다. 비판을 위한 논거로 당시 고위직 공무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에 역행해서 부동산을 통해 재산을 증식했음을 강조합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물론 이런 논거는 감정적인 공적을 만들기 위한 쉬운 대상이 고위직 공무원일 뿐, 기사에서 정말 말하고자 하는 취지와 논리필연적 연계를 갖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기사 결론이 엉뚱합니다.
그 결론은
"서민들"이 제발 '부동산 재테크'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
'부동산 재테크'할 수 있게 제발 우리 "서민들"을 투기꾼으로 보지 말아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좀 의아해집니다.
돈 굴릴 곳이 없어서 걱정하는 '서민'이 얼마나 될까요? 당시 200조~300조에 달했다는 부동자금 중에서 서민들 호주머니에 있었던 돈은 또 얼마나 될까요? "한푼이라도 벌겠다고, 내집 마련하겠다고"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서민'들은 정말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반문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서민들, 정말 '서민들' 맞습니까?
위 조선일보 기사에서 걱정하는 서민들은 이른바 '버블 세븐' 그 중에서도 강남에 사는 '서민들'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일보의 '서민' 걱정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습니다.
최근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비판을 한자락 살펴보죠.
12억 원 상당의 아파트면 상위 1% 가구 안에 드는 수준이다. 이들이 265만 원이 부담돼서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외식횟수를 줄인다는 것은 엄살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A씨가 265만 원의 세금을 부담할 형편이 도저히 안 된다면 다른 지역이나 좀 더 저렴한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게 맞다. 조선일보는 어설픈 부자들의 형편을 대변하고 있지만 정말 이들이 어설픈 부자라면 형편에 맞는 주거조건을 찾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어설픈 부자라고 해서 세금을 깎아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 이정환, 조선일보의 '어설픈 부자'들 걱정. 중에서
- 이정환, 조선일보의 '어설픈 부자'들 걱정. 중에서
이혜훈 의원은 "18대 제1호 법안"으로 "1가구 1주택자를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제출"(지난 5월30일)했고, 이종구 의원은 "종부세 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세대별' 합산을 '개인별' 합산으로 바꾸는 내용"(7월 22일)의 좀더 파격적인 개정안을 국회에 냈습니다.(참조기사 : 한겨레 김영배, 2%를 위한 동종교배 정책)
위 법률안을 제출한 양(兩) 이의원의 지역구는, 공교롭게도(?), 각각 서초갑과 강남갑입니다. 국민 전부의 대표가 아니라, 조선일보에서 특별히 걱정하는 '특별 서민'들을 위한 대표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우연'입니다. 만약 이종구안으로 종부세가 개정된다면, "종부세 과세 대상은 38만명(작년 부과 기준)에서 7만~8만명으로 줄어들 것"(위 칼럼)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국회의원과 고위공무원들의 '서민' 걱정은 자신들을 위한 걱정이기도 합니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24일 "재산공개 대상자인 현직 고위공직자의 71%가 '버블세븐' 지역에 부동산을 갖고 있는 만큼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등 관련규제 완화시 직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2008. 7. 24.)
그렇다면 특별하지 않은 그냥(ㅡ.ㅡ;) 서민들 사정은 어떨까요?
지난 6개월 동안 빚이 늘었다는 응답자는 253명(21.3%)이었으며, 이들 가운데 500만원 이상 빚이 늘어난 사람은 160명(63.2%)이었다. 빚이 늘어난 이유로는 '생활비 부족'(31%)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다달이 빚 갚는 데 들어가는 돈이 월평균 소득의 20%를 넘는다는 응답자가 315명(26.5%) [....]"- 한겨레 안창현, "6개월간 빚늘어" 21%…서민가계 '파산 위기'중에서 (2008. 07. 24)
빚은 늘고, 그 대출금 이자 갚느라 허리는 점점 더 조여오는 서민, 말그대로 종부세 낼만한 아파트 없는, 그냥 서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위 기사를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냥 시민들이 걱정하는 건 값비싼 부동산으로 인한 '종부세'가 아닙니다. 종부세' 걱정 한번 해봤으면 좋다할 진짜 서민들 쎄고 쎘을 것 같습니다.치솟는 물가 걱정, 교육비 걱정만으로도 이미 그 걱정이 차고 넘칩니다. 중소기업 과장인 조광우씨도, 경기 일산에 사는 공모원 손정수씨도, 경기 용인에 사는 중장비 운전기사 박선주씨도 그다지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에듀머니가 제공한 실질 사례에 대한 한겨레 기사 참조). 이들을 위한 세제정책이 '특별' 서민들을 위한 종부세 걱정보다 우선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거듭 부탁드리는 바, 정부 여당과 (이른바) 보수언론은 '특별 서민들'과 '보통 서민들'을 혼동하지 말아주십시오. 정말 열통 터집니다. 특히나 조선일보께 당부드립니다. 특별한 서민들 걱정하는 걸 탓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그 '특별' 서민들을 '서민'들이라고 강변하지는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좀 더 많은 부동산 자산을 갖고 있는 국민에게 좀더 큰 부담이 따르는 세금제도는 그 자체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세제입니다. 이것이 조세정책의 정도(正道)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조세제도는 아직도 부에 비례한 정직한 세제라기 보다는, 여전히 '2%'의 특별 서민을 '보통 시민'들과 혼동하는 느슨한 조세제도라는 생각을 지울 길 없습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조선일보에서는 이렇게 '물타기'합니다.
작년 대선과 올해 총선을 거치며 '세금당'이라는 비난을 들었던 민주당은 "거래세는 내리겠다"며 관련 법안을 냈고, 종부세에 대해서도 김종률, 이용섭 의원 등이 은퇴 고령자 중 실소유자에 대해선 종부세를 일시 유예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박병석 당 정책위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유세는 현실화하고 거래세를 낮추자는 것이 당론이지만, 개별 의원들이 낸 종부세 개정안에 대해선 서민보호 차원에서 신중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정우상, 정치권 종부세 딜레마 중에서. (2008.07.28.)
- 조선일보 정우상, 정치권 종부세 딜레마 중에서. (2008.07.28.)
민주당을 '세금당'이라고 비난했던 2%의 '특별 서민들'이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 곧 2%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조세정책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반감을 가진 준특별 서민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조선일보의 지적처럼 민주당을 '세금당'이라고 비난하는 '그냥 보통 서민'들이 과연 얼마나 존재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당신은 특별 서민입니까, 아니면 그냥 서민입니까?
조선일보에서 특별하게 걱정하는 특별 서민이든, 아니면 그저 힘겹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그냥 보통 서민이든, 이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2%만을 위한 부동산 세제 정책이 만들어져서는 안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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