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미혼에게 주택 문제는 가장 큰 고민거리일텐데요. 무조건 집사면 장땡(?)이라는 사고방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해봅니다. 물론 부동산, 특히 주택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재테크 수단에 머물지 않습니다. 생활의 가장 기초가 되는 물리적인 근거이자, 거기에 함축된 문화적 함의는 매우 중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미혼들이 '무리'하면서까지 주택 구입을 위해 너무 커다란 재정적인 위험을 묵인하는 태도는 장기적인 재무설계의 관점에는 매우 어리석은 결정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사례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접근해봅니다. (편집자 주)
결혼을 앞둔 젊은 미혼남성 최대의 스트레스는 사랑하는 그녀에게 집을 선물(?)해야 한다는 관습적인 성역할에 따른 경제적인 압박감이다. 하지만 좀더 냉정하고 장기적인 재무설계를 통해 주택구입의 적기를 그 '구체적인' 상황 판단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30살의 평범한 미혼 회사원 M씨, 3년 후 쯤에 결혼을 생각하고 있으며 2년 전에는 부모님의 권유로 아파트 분양권을 샀다. 주변에서 “뭐니뭐니해도 집부터 사야 한다”, “집은 저질러야 산다”고 하고 M씨도 우리나라에서는 돈 버는 길은 부동산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은 터라 좀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3년 동안 모은 돈 2천만 원, 대출 1억 천만 원 그리고 전세5천만원을 끼고 경기도에 집을 샀다.
막상 집을 사 놓으니 M씨는 가슴속에 보물 하나를 품은 양 마음이 든든해 졌다. 비록 지금 대출이자로 70만원 정도가 나가지만 이 정도는 지금 월급으로 감수할 수 있다. 더군다나 처음 살 때보다 약 3천만원정도 시세가 올라 가끔 부동산에서 매매의사를 타진하는 전화가 오기도 한다. 이런 전화를 받을 때면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은 거 같아 내심 흐뭇하다.
그러나 요즘 대출금리가 올라 이자부담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3년 거치 형식으로 빌린 대출금이다. 지금은 이자만 내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원금상환이 도래하는 걸 생각하면 그 부담감이 조금씩 M씨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또한 2-3년 안에 결혼을 하게 되면 지금 손에 쥔 것은 대출과 전세 낀 집 하나 인데 결혼비용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한 게 사실이다.
미혼남성의 내 집 마련 콤플렉스.
우리나라에서 남자는 결혼할 때 집을 구해야 한다. 그런 부담 때문에 M씨도 서둘러 집을 마련하려고 했을 것이다. 특히 요 몇 년간 가파르게 상승한 집값 때문에 아직 미혼인 대부분의 남성들이 M씨처럼 결혼 할 때 집을 구해야 하는 것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집 값은 높고, 미혼이라 벌어 놓은 돈은 충분하지 않다 보니 결국 집을 사려고 하면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수 밖에는 없다. 더군다나 미혼은 아이가 있는 기혼자에 비해 생활비 지출이 적다 보니 가처분 소득이 높아 지금 당장은 이자에 대한 부담도 감수할 수 있다고 느껴진다. 주변의 유혹도 만만치 않다. 4-5년 전 산 집 값이 올라 어깨가 으쓱한 회사 선배들, 부동산 불패 신화를 신봉하는 부모님 세대의 조언 아닌 조언들이 과감히 억 단위의 대출을 저지르는 과감성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저지르고 나서 앞뒤 상황은 다 잘라버리고 단지 내가 집 한채를 소유했다는 그 사실하나만 기억하고 내심 든든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인생의 숙제를 끝내놓은 것처럼 말이다.
집이 있으면 결혼 준비 끝 ?
지금 M씨의 수입은 월 200만원 정도, 저축여력은 수입의 50%정도인 100만원 정도이나 이중 대출이자로 70만원을 내고 있다. 나머지 30만원은 중 20만원은 차 유지비용이고 10만원으로 펀드를 하고 있으나 지출이 많은 달은 이마저도 불입하지 못한다.
지금 M씨는 주택마련을 해서 결혼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따져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3년 후에 결혼한다고 가정해 보자. 매월 10만원 저축하면 3년 후 손에 쥐는 현금은 많아야 500만원이다. 집이 있어서 걱정 없다고? 내집에 들어가 살려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다시 돌려줘야 하기에 전세금 5천만원이 필요하다. 저축한 돈이 없는 M씨는 또 빚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어차피 신혼집은 구해야 하고 전세자금으로 7-8천만원을 다시 빚을 내서 마련해야 한다. 결국 3년 후 M씨에게 남겨진 빚은 최소 1억6천에서 많게는 2억까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원금상환이 도래하면 은행에 내야 하는 돈이 12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자부담이 더 늘어나니 결혼자금은 고사하고 저축은 꿈도 못 꾸게 되는 것이다.
미혼에게 내집 마련은 최악의 선택일 수 있다.
인생 전 과정에 있어 저축을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때는 언제일까? 그것은 바로 결혼전과 결혼 후 아이가 생기기 전 까지 이다. 나이가 들고 맞벌이를 해서 소득이 늘어나도 아이가 생기면 지출규모가 30% 이상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기기 전 얼마나 돈 관리를 잘 해서 저축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40대 이후의 인생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한푼 이라도 아껴 저축해야 하는 이 소중한 시기를 은행에 대출이자를 내느라 허비하고 나면 막상 목돈이 필요한 결혼시기에 다시 또 빚을 내야 한다. 추가된 빚을 갚다 보니 아이가 태어나고 그러면 더더욱 저축은 어려워 진다. 첫 단추를 무리한 집장만으로 시작했다는 이유로 이 부부의 미래는 계속 저축이 없어 돈이 필요하면 계속 빚을 내고 이자를 갚는 악순환으로 돌입하는 결과를 낳는다.
미혼이라면 이자에 인생을 저당 잡히는 대신 미래를 계획하라
이자에 저당 잡힌 인생은 허망하고 재미가 없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냥꾼이 갖는 구조에서 나는 재주만 부리는 곰인 것이다. 미혼이라면 앞으로 창창한 내 미래를 먼저 예상하고 미래의 내 꿈과 희망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우선 결혼자금부터 모아야 한다. 3년 내 필요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원금보장이 되는 저축상품으로 꾸준히 저축한다. 여기에 노후자금도 빠질 수 없다. 벌써 노후준비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나이가 들고 아이가 생기면 노후준비는 더욱 힘들다. 가처분소득이 가장 높은 이 시기에 미리 준비해 둔 노후자금은 40년 50년 후에는 복리라는 선물로 내 인생에 커다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제 2직업 준비도 빠질 수 없다. 조기퇴직의 경향이 뚜렷한 지금 내 정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기계발 노력과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위한 통장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인생을 준비하는 미혼과 신혼부부는 내 집이 없다는 게 내 삶의 질을 떨어트리지 않는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돈이 필요할 때 빚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없다. 내집 마련은 이렇게 인생에서 반드시 필요한 돈을 먼저 준비한 후 해도 늦지 않다.
인생계획과 준비가 정말로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M시가 내 집 마련을 했다고 느꼈을 그 든든함은 실상 허상이다. 단지 1년 후, 3년 후만 생각해봐도 내 인생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돈을 벌기는커녕, 빚과 이자의 악순환이다. 30살, 성급한 선택이 남은 인생을 꼬이게 할 악수가 될 수 있다. 평생 저축을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행복한 이 시기를 진정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대부분 은행돈으로 마련한 내집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인생계획과 준비일 것이다. 그 장기적인 계획이 없는 성급한 내집마련은 기회가 아니라, 재앙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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